결국 밤을 새우고야 말았다.
모기소리, 물 내려가는 소리,
늦잠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
제일 충격적인 것은
04시부터 물 나오는 소리가 시원찮더니
05시엔 단수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가진 생수로 양치라도 하고
길을 나섰다.
닌빈에서 다시 돌아오면,
처음 묵었던 곳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
새벽의 하노이역까지는 그랩바이크를 이용했다.
이곳엔 '가짜그랩' 기사들이 있다.
옷과 헬멧이 '그랩 소속 기사'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등록은 안 하고 바로바로 흥정하여 탑승한다.
새벽에는 그랩이 잡히지 않아
길거리 지나가는 기사를 불러 가격흥정을 했다.
24,000동.
막상 도착하니 기사님이 50,000동을 달라고 했다.
내가 이럴 줄 알고 1,000동짜리를 많이 준비했지 !!
"아저씨 진짜 왜 이래 우리 이러지 말자 굿모닝~ 굳 스마일~ 유 24 가 하노이 고고~ 허? 러브 비엣남 ~ 러브 코리아~"
아저씨가 그냥 조용히 24,000동만 받고 물러나셨다.
싸움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너스레만이 살 길.....ㅋㅋ
하노이의 기차는 굉장히 춥고 의자가 덜컹거린다.
기차 자체는 조용히 운행되나,
의자 나사가 풀려서 덜컹거린단 뜻이다.
통제된 기찻길을 난 기차를 타고 지나가 본다.
새벽시간이라 셔터가 닫힌 가게들만 보인다.
에어컨은 아주 춥고,
간식이 가득한 매점카트가 지나다니고,
와글와글한 기차....
3시간쯤 이동한다.
아침의 닌빈.
비가 쏟아지지만 택시 기사님들의 호객행위가 뜨겁다.
원랜 오토바이를 대여하여 나 혼자 다닐 생각이었는데,
계속 내리는 비에 결국 바이크택시를 선택했다.
아저씨들 사이에서,
번역기로 호객행위를 하는
내 또래의 여자 기사님.
400,000동에 함께하기로 했다.
자동차 택시는 700,000동.
오토바이는 400,000동.
"나는 바이딘사원과 항무아만 가고 싶어요.
400,000동에 오토바이로 갑시다!"
우비 20,000동.
방수바지, 헬멧은 무료로 대여받아
처음으로 오토바이에 탑승해본다.
우선,
역에서 가장 먼 바이딘 사원으로!
(22km정도 떨어짐)
바이딘 사원은
베트남에서? 아니 동남아에서
제일 큰 사원이라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사원이라니..
세계문화유산은 못 참지~
입구에서 60,000동을 내고 티켓을 구매한다.
입장료의 개념보다는,
사원 내 '전기차 탑승료'라고 보면 된다.
매표소에서 사원까지 거리가 좀 있기도 하고,
도보가 없다.
표가 없다면 입장 자체를 막는다.
비가 내리는 사원이라니,
너무 싱그럽고 여유로워....!
초록한 정원과 건물에서 풍기는 나무 향기가 내 시간을 장식한다.
아라한상은
전부 다른 모양의 석상으로 이루어져
500개가 된다고 한다.
나도 구경하며 계속 세어보다가,
그래... 유네스코에서 대신 세보고 500개라고 인정했겠지.. 하고는
구경만 한참 하며 걸어갔다.
(사실 포즈도 따라 하며 사진 찍었다.)
표정도, 동작도, 생김새도 모두 다른 500개의 석상들이
혼자 걷는 사원의 길을 심심치 않게 해 준다.
와,,
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인지 알게 되는 불상이다.
절로 마음이 벅차올라서 눈이 휘둥그레지고,
종교가 없는 나도 경건해지는 기분이 든다.
종교적으로만 볼 것이 아닌
미적으로도 엄청 휘황찬란하고 거대하다.
나도 잠시 이 시간을 빌려,
조용히, 누구에게든 내 바람을 전했다.
성당이든 절이든 주어를 생략하고
냅다 소원부터 비는 것이....
완전히 염치없는 무교의 자세가 아닌가 ㅋㅋ
불탑에 입장료가 추가로 있었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전기차값만 내고 와버렸다.
안에 들어가면 또 엄청난 풍경을 볼 수도 있다는데
이미 비가 많이 내리던 상황이라 바로 복귀했다.
여기에 내가 있었다는 게 중요하지 뭐.
이미 불상 본걸로도 충분하다.
이동하면서 기사님이 "버팔로!" 하길래
"오~" 하고 구경했다.
다음에 또 소가 나오길래 "카우카우~ "하니
"아니 버팔로야." 하시더라...
배운 대로 또 다른 애들한테 "버팔로 !"하니
"이번엔 소야..."라고...ㅋㅋㅋㅋㅋㅋㅋ
앞엔 기사님이, 뒤엔 내가.
옆엔 울룩불룩 멋들어진 산들이, 하늘에선 비가...
우린 오토바이로 가고 있고.
비를 맞는 내 눈가가 너무도 따끔했지만,
'내가 언제 비 오는 날 오토바이를 타보겠어?
보트투어? 안 해도 돼 !
이미 경치가 너무 멋져 !'
이렇게 즐거워하며 항무아 전망대로 이동했다.
항무아 입장료는 100,000동.
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두 갈래 길로 이루어진 전망대가 나온다.
왼쪽은 계단 수가 많지만 올라가기 편하고,
오른쪽은 계단 수가 적지만 턱이 높아 올라가기 힘들다.
난 비까지 몰아치는 날씨에 갔으므로,
어차피 젖은 거 다 가보자 ~ 싶어 움직였다.
결과적으로,
입구에서 정상 두 번, 그리고 다시 입구까지
딱 40분 걸렸다.
예쁘게 차려입은 관광객들은
연꽃 정원에서도 사진을 찍던데...
난 그곳에 정상이 있어 올랐을 뿐...ㅋㅋㅋ
화장실이나 한번 들렀다.
너 염소 왜 여기.....?
우선 멀리 보이는 석탑이 고고하고,
멀리 보이는 풍경에 구름까지 더해져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올라갔으니 다시 반대쪽에도 가볼까?
이곳이 경치는 더 좋아 보였다.
좋은 날씨의 경치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멀리 왼쪽 전망대의 용이 보였다.
저렇게 길 줄 몰랐다.
화창한 날 땀을 쏟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절벽 사이사이 인형처럼 서있는 염소들이 보였다.
제법인데...?
이렇게 오르고. 걷고.
아침도 먹지 못했는데!
힘든 줄도 모르고 다녔다!
이제 밥을 먹으면서 여유를 즐기면 되는 건데!
음료를 마시고 싶었지만... 밥도 먹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다.
아침에 돈을 챙긴다고 챙긴 게 잘못 챙겨 온 것....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보다시피 결국 한인식당 사장님의 도움을 받았다.
지나가는 한국 관광객분들께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너무 민망해서 그럴 수 없었다..
내 설명을 들으시고는,
"학생. 멀리까지 나와서 사서 고생을 해~!" 하시며
바로 500,000동을 주셨다.
학생이었던 적이 좀 오래됐지만 정정은 하지 않았다.
(캡처엔 '백만 동'이라고 적혀있는데,
아직 화폐 적응을 못해서... 50만 동이 맞다.)
"어제도 다른 한국분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오늘도 이렇게 폐를 끼치고...
감사합니다. 하노이 가서 바로 입금하겠습니다."하고
솔직히 좀 울었다....
당시 한국의 친구들에게
이런 상황이었다고 보냈던 셀카가 남아있다.
진실을 이야기하자면
저기서 더 우는 표정이긴 했다...
꼬질꼬질하고........ㅋㅋㅋㅋ
너무나도 감사한 온정식당 사장님.
복을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다.
잘 지내시나요?
https://goo.gl/maps/w8d1PCftCZ379R5i7
Dong Minh Restaurant · 454 Ngô Gia Tự, Nam Bình, Ninh Bình, 베트남
★★★★☆ · 음식점
www.google.com
오토바이 택시기사님의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역 앞의 레스토랑이다.
관광 택시비 400k,
온정식당까지 왕복 택시비 100k,
우비와 맥주, 쌀국수 90k.
난 총 590k의 금액을 지불한
오늘의 우량손님이 되었다.ㅋㅋㅋㅋ
먹는 도중,
내가 정말 무서워하는 개구리도 지나가고...
생쥐도 지나갔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조용히 사장님을 찾아 뒷걸음질 쳤을 뿐.
"찌어이...ㅠㅁㅠ..ㅎㅎ"
그럼 앞에 조용히 앉아계시던 기사님의 아버지께서
머쓱하게 웃으며 빗자루로 쫓아주신다.
닌빈은 이런 곳이다.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없는 도시.
하노이보다 조용하고, 더 여유롭고, 평화롭고, 다들 느릿느릿한 도시.
비 오는 날의 닌빈이라서 이런 걸까? 싶지만,
기사님이 하노이보다 조용한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진짜다.
닌빈은 평화롭다.
기차는 16시 30분에 하노이행 열차를 탈 수 있다.
하루 종일 춥게 비가 쏟아지더니
내가 가려고 할 때 해가 뜨는 이 상황...
심지어 새도 지저귄다.
정말 이상한 도시 닌빈이었다.
다시 방문하고 싶게 만든다.
기차는 연착이 되어
17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을 한다.
베트남을 종주하다시피 하는 노선이라서,
이 정도 연착도 감사하다.
침대칸... 침대칸... 정말 눕고 싶다.
눕는 생각만 했다.
하루 종일 흙탕물을 전전하며 신발이 전부 젖었다.
우비를 계속 입으니 내 옷에서 시큼한 냄새,
발에서 씨이큼한 냄새가 나는 듯했다.
침대에 올라가려면 신발을 벗을 텐데. 너무 걱정인데...... 했지만.
과오였다. 다 맨발이다.
다 멀리서 하노이 가시는 분들이라 짐도 많고,
내 체취는 귀여운 수준이었다.ㅋㅋ
그래도 우비를 벗어 신발과 양말을 꽁꽁 싸맸다.
드디어... 이불... 따스함...!
건너편 할머님과 인사를 나누고 이불을 덮으니 온기가 날 싸악 감싼다.
그 상태로 기절을 했다.
눈뜨니 하노이 근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순탄하게 숙소로 갈 순 없지?
"가 하노이(하노이역)"소리만 듣고 냅다 일어나 내렸다.
그곳은 하노이역 바로 직전의 간이역이었다.
어쩐지 그냥 길가에 세워주더라.
너무 지치고 당황해서 사진도 안 찍고
바로 그랩 불러서 집으로 갔다ㅋㅋㅋㅋㅋㅋㅋㅋ
https://goo.gl/maps/zv5JZorQLgnQd8AA7
Bún Bò Nam Bộ Hàng Điếu · 73-75 Hàng Điếu, Cửa Đông, Hoàn Kiếm, Hà Nội, 베트남
★★★★☆ · 베트남 음식점
www.google.com
고생한 나에게 무언가 맛있는 음식을 먹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호텔 옮기고,
샤워하고 뽀송한 상태로 방문한 분보남보.
고수를 많이 달라고 한 게 의사소통이 잘 안 되었다.
아예 없애주셨다...
하지만 괜찮아.
이건 그저 애피타이저일 뿐이야! 하하
당연히 완 면 했다.
내가 정말 해보고 싶었던 식사를 준비했다.
호텔 직원 jenny에게 밥을 한 그릇 요청했는데,
(햇반을 구하러 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새로 갓 지은 밥을 엄청난 고봉밥으로 주었다....
정말 감사감사...
편의점에서 사 온 쌀국수에서 면만 뺀다.
국물 수프는 모두 푼다.
밥을 말아 쌀국수 국밥으로 먹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치와 함께 먹으니
아. 이거지.... 이거야..... 완밥했다.
김치파워는 역시 최고다.
남은 밥은 김가루랑 함께 해치웠다.
디저트는 역시 용과 !
-
하루 2만보를 걸어도 살은 안 빠진다.
하지만 괜찮다.
이곳은 여행지 !
난 건강하고 행복하게 놀다 귀국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또 얼마나 즐거운 일이 가득할까?
다시 기운을 차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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